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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꿈꾸는 20대 청년의 이야기

01
Jan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이다. TV에선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맛있는 집의 줄임말인 '맛집'과 여행이 결합된 합성어인 '맛집여행'은 일상에서 너무나 흔히 쓰이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여행이 우리 일상이 된 것이다. 오죽하면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곳에 한국인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여행에 환장하는 것일까? ​

첫 째, 여행은 '나 자신'이라는 친구를 사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카트린 지타'는 10년간 기자로 일하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휴일도 반납하고 일에 매달릴 정도의 일중독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결과 남은 것은 관계단절과 이혼뿐이었다. 이혼의 이유가 전부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아 자존감이 나날이 무너져만 가는 어느 날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익숙한 일상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쉽지 않다.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해도 오늘 했던 말실수나 한가득 쌓여 있는 빨랫감 등이 불쑥불쑥 튀어 나와 생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수월하다. 저자는 1,000번 이상 낯선 도시에서 밤을 보내며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이라는 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둘 째, 여행은 삶을 풍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르헨티나의 이과수폭포를 마주했을 때 경외감을 느끼고 노르웨이 캠핑장에서 자연의 평화로움을 느꼈듯이 나 또한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친구와 둘이 일본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계획도 없이 떠난 여행이었는데 그때가 마침 축제기간이었다.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속에 있으니 마치 새르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소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주인공들이 새로운 세상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너무나도 신기하고 설레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쳇바퀴 같은 일상생활을 하던 나에게 여행이 깜짝 선물을 준 것만 같았다. 이처럼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특권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유시민 작가의 저서<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사람들이 불합리하고 낡은 생각에 얽매어 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인생을 스스로 훼손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이 세운 목표 달성만을 보며 달려 나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정작 아무 기쁨도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과 진리라고'착각'하게 되는 허울뿐인'목표'만이 남게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가 아무 색채 없이 무미건조 하다면 목표 달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얘기처럼 인생은 목표달성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서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 상황과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미래와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침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이 가장 좋은 기회일 것이다. 삶이 너무나 지치고 힘들거나 전역 후 진로문제로 고민이라면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아마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색채 하나를 얻지 않을까 싶다.

셋 째, 여행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 날 한 달 가량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힐링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첫 날부터 숙소에선 개미와 쥐, 바퀴벌레가 나를 괴롭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왔지만 전기가 나가 쉬지 못한 적도 있다. 밖으로 나가면 차선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도로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 속을 뚫고 다녀야만 했다. 몽골로 해외봉사를 갔을 때는 물에서 녹내가 나 양치를 해도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들판에 널린 식물이 독초인 줄 모르고 아무생각 없이 만졌다가 며칠 동안 손을 쓰지 못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콘센트가 말썽이라 핸드폰 충전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홍콩에서는 숙소 세면대 구조가 맞지 않아 세수만 해도 양말이 흥건해지곤 하였다. 이런 경험들 덕분에 밝은 형광등, 깨끗하고 따뜻한 온수, 잘 내려가는 변기와 멀쩡한 세면대가 있는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10년간의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심리 코치로 일하는 저자가 상담과 워크숍보다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여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 때문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여행은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해주며 시야를 넓혀주기도 한다. 하나만 알고 있다면 사실은 그 하나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라는 막스 뮐러의 말처럼 나고 자란 나라에서만 보고, 사고한다면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행을 통해 다양한 국적과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마인드를 갖춘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무기가 되지 않을까싶다.

Edgar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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